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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와 화가(폴 그레이엄)을 읽고...

appleg1226 2021. 5. 14. 16:22

출처: Amazon.com

 

처음 해커와 화가라는 이름을 보았을 땐 이 책이 소설인 줄 알았다.

도대체 두 인물은 어떤 관계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던 것 같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은 15개의 수필이자 칼럼과도 같은 글들이 모여있는 책이다.

작가 '폴 그레이엄'은 이 책에서 개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당장 1장만 봐도 학교의 권력관계와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각 장별로 짧게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1장 - 공부벌레는 왜 인기가 없을까(그들은 게임판 위의 말에는 관심이 없다)

학교의 권력관계, 그리고 Nerd(책에선 공부벌레라고 하는데 아마 이 단어를 번역한 것이 아닐까 한다)에 관해서 다뤘다. 

본인은 Nerd로서 학교의 권력 관계의 아래 쪽에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이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한 것 같다.


난 이 장을 읽고 좀 놀랐다. 작가는 이게 미국 학생들의 모습이라고 하지만, 어딜 가나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학생들도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과, 별 차이는 없다.

작가는 학교에서의 권력관계, 학교 폭력 등의 원인이 '인기'라는 권력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좀 새로웠다.

결과적으로는 학교에 대하여 어른들의 관심이 좀 더 있었으면 한다는 결론으로 끝나는데,

일단 1장을 읽으면서 작가의 통찰력에 대해서 감탄을 하고 시작했다.


2장 - 해커와 화가(해커는 화가, 소설가, 건축가와 같은 예술 창조자다)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하이라이트 장이기도 하다.

나는 이 글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왜 해커와 화가를 이렇게 비교했냐하니, 작가는 이 둘이 비슷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한다.

(참고로 이 글에서 해커는 개발자의 극치를 해커라고 한다고 작가는 설명하는데, 나는 개발자로 바꿔서 쓰겠다.)

 

개발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딱 떨어지는 학문이 아니라, 하나의 창조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개발을 한다는 것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고 한다.

 

그렇다고 예술처럼 자유롭게 마음대로 만들어야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마치 예술가처럼 장인정신을 가지고 모든 코드를 좋은 코드로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내가 이 글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내가 평상시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이 글이 구체화 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개발을 예술하듯이 한다고 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평상시에도 개발을 좀 즐겁게, 열정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개발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창조적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더 의욕이 생기는 것같다.  


3장 -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이단자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
4장 - 모범적인 '불량 태도'(해커는 규칙을 깨면서 성장한다)

이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두 장이다.

개발자 뿐 아니라, 사람의 발전은 기본적으로 반항에서 나온다고 믿는 것 같다.


5장 - 또 하나의 길(웹 기반 소프트웨어가 준 두 번째 기회)

작가의 '비아웹' 시절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시절 본인들의 서비스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를 설명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비아웹의 특징이라면 거의 최초의 '웹 기반 소프트웨어' 였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데스크톱에 설치해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시장이 구성되어 있었지만,

비아웹은 지금은 거의 표준이 되어버린 웹 서비스를 선두적으로 도입한 기업이었다.

 

또한 어째서 웹 서비스가 이후에 더 커질 것인지, 왜 데스크톱앱과 비교해서 장점이 많은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지금 시대에서 보기에는 이미 데스크톱 앱이 거의 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이 시대는 데스크톱에서 돌아가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문서 도구, 코딩 도구, 게임 정도를 제외하면 이미 거의 사라졌다.


6장 - 부자가 되는 법(부를 창조하는 최상의 방법, 스타트업)

스타트업이 왜 대기업에 비해서 생산성이 높고,

개발자 한 사람이 왜 그 만큼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는 장이다.


7장 - 차이에 대한 연구(불평등한 수입 분배가 정말 나쁜 걸까?)

작가의 자유주의적인 관점에 대한 장


8장 - 스팸을 위한 계획(더 나은 스팸 필터링을 위한 노력)

말그대로 스팸을 어떤 식으로 통제하는지에 대한 방법론.
나름 현 시대에 걸맞는 통계적 방식(사실 이건 머신러닝의 방법이다)을 제시한다.


9장 - 창조자의 심미적 취향(위대한 디자인에 이르는 길)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정리하였다.
이것은 결국 앞의 해커와 화가에서 나온 것 처럼 결론적으로 개발자에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정말 개발자로서 생각하기 힘든 디자인에 대한 사유가 굉장히 깊은 것 같다.


10장 -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설명(프로그래밍 언어가 뭔데?)
11장 - 100년 후의 프로그래밍 언어(지금 시작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미래)

이 당시에도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하여는 참 논쟁이 많았나보다. 지금하고 별 차이가 없는 듯 하다.
작가는 언어 논쟁을 거의 종교 논쟁 수준이라고 표현하는데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러면서 미래의 언어가 어떤 모습일지를 예측하는데 나름 맞는 것이 많이 있다.

 

다만 몇 개 틀린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병렬처리는 딱히 쓸모 있는 데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다른 건 진짜 많이 맞췄기에 이 정도는 틀릴 수 있다고 본다.


12장 - 평균 뛰어넘기(나를 알고, 경쟁자를 살핀다)

본인이 서비스에 사용하고 개발하고 있는 리스프 언어에 대한 경쟁력들을 다룬다.
관련해서 리스프를 좀 찾아봤는데, 다른 언어들이 리스프를 참고하여 많이들 개발 되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작가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무조건 좋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개발 언어는 강력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심플한 생각이다.

나는 크게 공감이 된다.  왜냐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13장 - 공부벌레의 역습(망하는 지름길, 최고 사례 따라 하기)

경영진과 프로그래밍 때문에 싸우고 쓴 것 같은 글이다.
개발을 모르는 사람들과 언어에 대하여 논쟁을 자주 해 본 것 같다.

 

"자바가 그렇게 좋다던데 왜 우리 회사는 자바를 안쓰나?"

'그러게요...^^'

대충 이런 상황 아닐까


그러나 결국 리스프의 장점, 리스프가 아니더라도 

언어는 강력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본인의 생각이 많이 드러나 있는 글이다. 

아마 지금이라면 고랭 같은 언어가 작가에겐 제일 맞는 언어일 것 같다. 

 

작가가 글도 잘 쓰지만, 개발에 있어서도 굉장한 능력이 있고 성공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렇게 개발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걸 보면 반칙이 아닌가 싶다가도,

나에게 긍정적인 경쟁심을 불러일으켜 주어 고맙기도 하다.

 

나도 개발도 좋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 편인데 나도 이렇게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을까 말하면 솔직히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에 좀 더 노력해보려고 한다.


14장 - 꿈의 언어(해커들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위와 비슷한 맥락의 글인데, 언어들을 비교하면서 좋은 언어의 특징들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것들은 인기, 간결함, 많은 기능,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음, 강력한 라이브러리, 성능, 개발 시간
이런 것들이 포함된다고 한다.


15장 - 디자인과 연구(착한 디자인, 깨는 연구)

좋은 디자인이란 결국 사용자 지향적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책을 읽으면서 '폴 그레이엄' 이사람은 정말로 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개발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할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유들은 쉽게 나오는 것들이 아니기에 더 감탄스럽다.

아마도 평상시에도 굉장히 많은 책들을 읽고 생각도 정리했을 것이다.

심지어 필력도 무지하게 좋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새로운 사실을 배우거나 지식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긴 했다.

글이 쓰여진 시대로부터 이미 많이 지났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정말로 다르다.

 

하지만, 이 엄청난 생각과 경험의 폭에 놀랐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존경심을 갖게 되는 책이었다.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해커와 화가'라는 글은 이후에도 다시 한 번 읽어볼만한 장이고, 지인들에게도 추천해 줄 만할 것 같다.